111026

요새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어쩌고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진짜 아무데나 막 갖다붙이고 있다.
잠이 부족해서 피곤할 때, 별 거 안먹었는데 소화가 안될 때, 소화불량이 오래오래 지속될 때, 몸이 찌뿌둥할 때, 얼굴에 여드름인지 뭔지 마구 삐져나올 때, 안먹어도 살 찌는 것 같을 때, 머리가 잘 안돌 때, 기억력이 가물가물할 때, 이유없이 미열이 날 때, 추울 때, 더울 때, 등등등
근데 지금 열거한 것들, 팔 할 이상은 '나이가 들어서'인 것 맞지 않나?

뭐 여튼, 근데 요며칠 많이 한 말은, '나이가 들어서인가 가을이 되어도 우울해'이다.
원래 나한테 가을은 잠시나마 삶의 의욕이라는 불꽃이 살아나는 계절이었는데...
특히 바로 이 가을 초입이.
그런데 이번 가을은 왜 안그렇지? 그저 우울하다.
우울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날이 흐리면 흐려서 우울, 하늘이 파랗고 높으면 또 그래서 우울, 추우면 추워서, 안추우면 안추워서
애인을 만나도 돌아서면 우울, 집에 오면 집에 와서 우울, 밖에 있음 밖에 있어서 우울
근데 솔직히 이걸 두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는 정말 핑곈 거 같긴 한데.
그렇담 대체 왜 그런 거지?

오늘은 일단 감기기운 때문이라 치자.

오늘의 한 마디.
"부조리야말로 삶의 예외적 현실이 아니라 정상적 상태라는 것" (진중권 교수대위의 까치 작가의말에서.)
이런 말이 진짜 와닿을 때가 있다. 중2병이 아니고;;




111021 day by day

난 참 되는 대로 사는군요...
뭐 이런 노래 가사가 있지 않았나? 아닌가? (살았군요, 인가? '되는 대로'가 아닌가? 아니 역시 이건 그냥 내 착각인가..?)

금요일 오후는 마음이 좀 느긋하다. 사실 월요일에 바쁠 거 생각하면 지금 미리미리 좀 해놔야 하는 일들이 있지만, 주말을 코앞에 두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냔 말이다.(이런 합리화)

문득문득 섬뜩한 순간은, 내가 정말로 아.무.생.각.없.이 살고 있음을 깨달을 때. 휘발되는 시간들의 흔적이나마 즐기려면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그것조차 기나긴 무념무상의 시간 사이로 정말 실낱같은 한 순간의 일일 뿐이다. 그래서 요샌 날짜 가는 걸 모르겠다. 그냥 정신 차려보면 이 날짜네 싶고, 그걸 알고도 시간이 빠른지 늦는 건지 감각도 없다. 아. 무서워. 이게 삶에 무뎌지는 거구나.

서양미술사1 읽으려고 꺼내놨다. 읽자 읽자. 사실 딱히 관심가는 책은 아닌데, 절반은 의무로.

오늘 잠시 한 생각은, 역시 사람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것.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배웠던 '신독'이란 개념을 오랜만에 다시 새겼다.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매우 단순하지만(그냥 누군가가 창밖으로 아래를 내다보며 지나가는 사람들 관찰하는 거 보고 든 생각임), 기억났다, 나 고딩 때 '신독'을 배우고서 꽤 오랫동안 그 개념에 강렬하게 사로잡혔었다. 근데 대체로 겁에 질려서... 왜냐면 나는 타인의 시선을 무지하게 의식하는 만큼, 혼자 있을 때는 엄청 되는 대로 하고 있거든. 추추추하달까.
요샌 그것마저 잊고 살았네. 근데 난 아직도 '신독'이 무섭다. 아직도 남눈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그런 만큼 혼자 있을 때는 진짜 엉망이거든. (남들은 남눈 의식하는 애가 그러고 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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